KIM HONGHEE
화제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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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HONGHEE
화제의 작가
다시 가는 암자
#6 경주 남산 옥룡암
경주 남산의 옥룡암를 들어서면 피안과 차안이 없다. 산을 오르는 수고도 없고 일주문도 없고 사천왕문도 없다. 바로 여기가 극락이고 지옥이다. 그런 깊은 뜻을 가지고 지었는지, 본래는 있었는데 없어진 것인지도 알 수 없다.
사람들이 사는 골목 입구를 따라 올라가면 바로 옥룡암이 나오고 주차장이 나온다. 길은 소나무 길. 가본 적은 없지만 극락가는 길처럼 예쁘다. 온다고 반기는 스님도 없고 간다고 인사하러 나오는 이도 없다. 현대적이고 개인적이다. 말을 기어코 하자면 내 체질이다.
암자 취재를 하고 있다고 하니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내 팁 하나 주까?”
이러면서 추천한 곳이 바로 옥룡암이었다. 일주문이 있는지 사천왕문이 있는지 그런 언급도 없었다. 대구 사는 목수 친구 차정보 선생의 말에 따르면 거기 돌부처님들이 정말 좋다는 것 뿐. 목수 친구도 동행했다.
날은 춥고 해는 구름 사이로 수시로 들락거렸다. 차정보 선생이 하늘을 향해 호통을 칠 때마다 해가 나왔다. 함께 온 친구들은 해가 나올 때마다 “와!”하고 웃었다. 경계가 없으니 절집에서 떠드는 것인지 산속에서 떠드는 것인지 구분이 없다. 그래도 부처님 앞인데 경건해야지. 입술 앞에 일지를 세우자 시끌벅적한 소리가 자자졌다.
나로서는 불교나 불교 미술에 그다지 밝지가 않으니 옥룡암 뒤 큰 바위에 새겨진 부처님과 불교의 다양한 불상을 보아도 누가 누구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대개 자료를 뒤져 공부를 해 가면서 촬영을 한다.
그런데 자료를 뒤지는 중 다음 블로그의 ‘지공 선사 최재혁’이라는 분의 글을 읽게 되었다. 내용인 즉은,
[통일신라시대 사찰터로 추정되는 이 곳은 보물 제 201호인 이 불상군은 놀피 10미터, 사방둘레 30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바위의 사면에 온갖 조각이 새겨져 있다.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특징은 여래삼존상은 물론이고 비천상, 승려상, 보살상, 사자상, 7층 목탑, 9층목탑, 나무, 코끼리상 등등이 어우러져 한 판의 불교종합예술인 것이다.
안내하는 경주박물관 고위관계자분은 이 암각화에서 가장 의문점이 여래삼존불과 외국승려, 코끼리는 왜 없는지 하는 것이었다. 아직 누구도 알아내지 못하고 추측조차도 어렵다고 한다.]였다.
무슨 내용인지 궁금해 블로그에 남겨진 017 전화번호로 늦은 밤이라 염치가 없는 줄은 알았지만, 궁금해 견딜 수 없어 전화를 했다. 단단한 나무를 두드릴 때 나는 소리 같은 청량한 남자 목소리가 응답 했다. 너무 서두르는 바람에 내 이름도 먼저 밝히지 못한 채 하고 싶은 질문부터 했더니, 거리낌 없이 돌아 온 답은 그 바위 자체가 코끼리여서 일부러 코끼리를 새기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삼국을 통일한 통일신라가 자신의 아픔은 물론 고구려와 백제의 아픔까지 껴안기 위해 ‘구원과 통합’이라는 명제 아래 이런 불교종합예술을 새겼다는 것이었다. ‘옳거니!’ 그이 한마디 한마디가 깊은 이해를 도왔다. 새기지 않아도 되는 것을 새기지 않는 안목과 여유. 이것이 바로 신라인의 안목과 여유였던 것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나로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았다. 석공의 조각이라고는 하지만 미려하거나 가슴을 치는 감동이 없다는 것이었다. 암각화를 보고 있자면 왠지 웃음이 나오고 서툰 느낌이다. 평소 보아 온 암각화나 불상과는 다르다. 도대체 이 느낌을 무엇이라고 해야 하나?
아까부터 노모 한 분이 탑곡 마애불상군을 돌고 있었다.
“우리 아들이 큰 놈은 58년 개띠고 작은 놈은 59년 연년생인데, 둘 다 일본서 박사를 받아 큰 아이는 일본서 교수를 하고 작은 놈은 프랑스서 교수를 한다 아이가. 우리 대에는 국민학교도 하나 제대로 졸업한 사람이 없는데... 아, 그라고 며느리도 박사 며느리다.”
어머니 연세가 어떻게 되시냐는 질문에 이런 답이 돌아왔다. 하실 말씀을 다 하고 올해 80이라고 하시는 어머니께서는 다시 탑곡 마애불상군을 도셨다. 오르락내리락 여간 힘이 드시지 않을실텐데... 저 어머니 주름 가득하시지만 아직 짱짱하게 걷고 기도하시는 것은 자식들을 위한 기도 걸음 때문일 것이라는 상상을 하며 옥룡암을 내려오던 중 무릎을 탁 쳤다.
‘아...저 어머니 같은 신라인이 저 자식 사랑하는 마음과 저 거칠고 주름진 손으로 하루하루 기도 하듯 저 강단 있는 화강암을 깎았구나. 저 마음이 자식을 넘어 신라는 물론 백제와 고구려를 다 아우르니 거기 무슨 솜씨를 더 하리요.’
-도움 주신 분
다음 블로그, <심령 세계이야기>, 지공선사 최재혁
http://blog.daum.net/_blog/BlogTypeView.do…